진짜 오랜만에 수작을 만났습니다.
원채 영화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터라..
최근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는 일회성 영화들을 모조리 패스하니 영화를 안본지도 어느덧 몇 개월씩이나 흘렀었는데요,
영화 '올빼미'는 무엇보다도 유해진이 왕 역할을 한다는 파격적인 캐스팅 소식과 눈이 보이지 않는 봉사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극장 개봉하기 전부터 매우 기대를 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정말 정확히 들어맞았죠.
그럼 관전포인트는 무엇이냐?
1. 배우들의 미쳐버린 연기력
역시 유해진은 유해진. 왕 역할이 조금 생소하여 걱정했지만 모든 것을 유해진만의 색깔로 정말 잘 녹여냈습니다.
조금 더 오바해보자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왕의 색깔들을 정확히 뒤집어 주었달까요?
근데 이건 정말 보셔야 제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ㅎ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력도 일품이었는데요,
진짜 영화가 끝날때까지 누가 선이고 악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잡게 하는 연기력이 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현세자 역할을 맡은 배우님의 연기력은 보는 제가 다 마음이 따듯해질 정도로 인자함 그 자체의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끌고가는 류준열 배우님의 연기는 말해뭐할까요.
*주맹증(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더 잘보이는 증상)을 앓고있다는 설정이 연기로 표현하기 참 어려웠을텐데,
하나의 어색함없이 매우 뛰어나게 표현해주었습니다.
불이 꺼지고나서 서서히 동공의 초점을 되찾는 장면은 생각할수록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적절한 상상력이 가미된 탄탄한 스토리
영화 올빼미의 스토리라인은 조선왕조 인조 시대에 발생했던 소현세자의 미스테리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소현세자가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돌아오자마자 괴이한 증상으로 돌아가셨다"라는 한 줄의 역사기록을 보고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어색함없는 스토리라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그럴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연성과 매듭, 결말부분에서 깔끔함을 보여줍니다.
(결말 부분은 조금 말이 많더군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3.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
이 영화는 주인공의 상태가 낮과 밤에 극명하게 달라지다 보니 배경 또한 시시각각 바뀝니다.
낮에서 밤으로 우리는 매 분 매 초마다 시각적인 명암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죠.
이것이 그리고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적으로 영상에 몰입하게 되고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하는 장치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감독이 매우 영리한 연출을 사용했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이 안태진 감독의 첫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매우 기대되는 바입니다.